6시 반. 요란한 기계음이 들린다.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다. 남편이 잔디를 깎고 있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며칠 전, 잔디밭을 반만 깎고 방치해 뒀기에 왜 반만 깎았수? 물어 볼려다 말았더니 안 물어보길 잘했네. 다 알아서 하는 걸 괜히 참견하는 꼴이 될뻔 했잖아.
누워있어 봤자 더 잘 것도 아니고 주섬주섬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밤새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레기를 찾아들고 잔디밭으로 가니 벌써 잘려서 누운 풀들이 수북하다. 레기로 잘린 풀들을 끌어와 한군데 모아놓는다.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너무 깊이 꽂으면 풀뿌리에 걸려버리니 살짝 풀 윗부분에만 얹어 끌어와야 한다. 그게 어렵다. 쇠 부분이 무거우니 자꾸 깊이 박힌다. 이미 잘린 풀들을 끌어모으는게 뭐 힘들까 싶어도 그것도 계속하니 힘이 들고 결국엔 땀투성이가 되었다.
남편도, 오늘은 더 못 자르겠네. 허리가 아파서. 한다. 잔디밭 정리 하는 것도 3일은 걸리다니.
풀 나지 말라고 몇 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