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회색/ 중간/ 무념무상/ 좋은게 좋은거다로 살았다. 그러다가 뭔가 '좋아요'하는게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게 좋아!" 라는게 생기다.
원래 나는 '세모'였다.
이게 좋아? 저게 좋아? 하고 물으면, 세모. 그러니까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그냥 그렇다.는 답을 했다. 뭐가 특별히 좋은 것도, 그렇다고 엄청 싫은 것도 없이 살았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그냥 하자는대로 하고. 내 취향이 없다고 해야될까? 그냥그냥 살자는 주의였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좋아하는게 생겼다.
아니, 좋다/ 싫다고 말을 해야했다. 엄마는 이게 좋아. 저건 싫어. 그렇게. 왜냐면 아이가 뭔가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물었기 때문이다. 별로 선택하고 싶지 않았지만, 답을 해줘야했다. 이전에 나처럼 그냥 아무거나 되는대로 '세모'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세계란 그런 것이었나보다.
좋아? 싫어? 둘 중에 하나. 나도 그래. 아냐. 나는 안 그래. 라고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