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군상극이라 생각했다. 옴니버스지만 중심에 거대한 이야기가 있고, 전형적이며 동시에 개성 있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부딪치며 편을 가르는, 착한 사람은 휩쓸리거나 살해당하는, 전개가 화끈한 이야기. 나는 만화를 너무 많이 봤다.
이상한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인간 50명을 다루는 옴니버스다. 거대한 중심은 없고, 각각의 이야기도 사소하다. 폭력이나 정치가 섞일 때도 있는데, 과격하지 않다. 특별히 영웅적이거나 가련한 인물도 없다. 문체도 담담하며 은유도 적다. 논픽션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다만 논픽션이라기엔 분량이 짧다. 480페이지로 50명이면 할 말이 부족할 것 같다. 가만 보니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수박 겉핥기. 그런데 수박 껍질이 실하다. 처음 짜릿함을 느낀 순간은 이야기에 접점이 생길 때였다. '걔가 얘구나?' '중심이 되는 배경은 병원이구나?' 그렇게 읽는 책이 아니지만, 그땐 몰랐다. 애당초 50명의 이야기를 촘촘히 연결하기엔 인간의 뇌가 무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