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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희
출판기획자
시장과 법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안수길, 김남천 그리고 카프카
혁명시기 가족의 파괴와 여성의 해방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2)
혁명시기 가족의 파괴와 여성의 해방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2)
혁명시기 가족의 파괴와 여성의 해방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2)
프랑스 혁명의 초기에 에드먼트 버크는 가정과 국가 권력간의 관계를 논하면서 이 둘 모두가 불가피하게 파괴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1795년, 즉 공포정치가 끝난 후 사드는 <규방 철학>을 출판했다. 사드의 이 소설은 버크의 예견에 대한 구체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정과 혁명적 재건에 대한 조금 특이하면서도 상세한 논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의 소설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몇몇 소설은 혁명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이 명백하며, 어떤 경우에는 누가 봐도 분명하고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 소설들을 혁명에 대한 역설적이고 무의식적인 논평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의 논평에서 핵심적인 것을 그가 아주 독특하게 가족 로망스를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규방 철학>은 일곱 개의대화로 구성되어 있어, 소설이라기보다는 희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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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폭력> : 학교폭력 피해와 그 흔적의 나날들
김금숙 <개> : 인간보다 더 인간을 신뢰한 개의 이야기
서울의 전차, 근대도시 경성을 횡단하다
"형제들의 유대 강화를 위해 타락한 여성을 만들어내다"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1)
"형제들의 유대 강화를 위해 타락한 여성을 만들어내다"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1)
"형제들의 유대 강화를 위해 타락한 여성을 만들어내다" - 린 헌트의 <프랑스 혁명의 가족 로망스>(11)
르네 지라르는 의식적 폭력에 대한 연구에서 (속죄양을 찾는 데까지 이르는 공동체의 위기인) 희생의 위기란 성차의 상실이라는 공포를 수반한다고 논했다. “희생의 위기의 결과 중 하나는 일종의 남성의 여성화이며, 그 뒤에는 여성의 남성화가 따른다.” 공동체에서 그 경계선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선택된다. 지라르는 왕비를 자신의 일반론을 예증해주는 좋은 사례로 간주한다.
그는 <속죄양>에서 프랑스 혁명은 집단 처형을 용이하게 해주는 커다란 위기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라르에 따르면 왕비가 근친상간으로 기소되었던 것은 집단적인 위협으로 느껴졌던 성차별의 소멸을 이유로 그녀를 비난하기 위함이었다. 그 속죄양을 공동체의 폭력을 위한 적합한 희생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 범죄는 “성차별을 소멸시키는 범죄”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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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 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by 김효경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 반 자본의 마음, 모두의 삶을 바꾸다 by 김효경
2년에 한 번, 전세 계약 만료일이 다가올 때마다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이번엔 또 어디로 이사를 가야 하나. 운 좋게 전셋값이 떨어지면 한숨 돌릴 수 있었지만, 서울의 투자자들이 돈 냄새를 맡고 부산의 작은 동네까지 눈독 들이면 사정은 달라졌다. 갑자기 치솟은 집값 폭등에 절망할 틈도 없이 새로운 터전을 물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전세 폭탄으로부터 안전한 지역 몇 군데를 찾는다. 최소한의 방범만 갖춰진 곳이면 나머지 생활 조건은 포기하고 곧장 부동산에 방문한다. 공인중개사가 집을 보여주면 그중에서 가장 깨끗한 집을 고른 후, 서류상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이게 과연 선택인지, 자본에 등 떠밀려 유배당하는 건지 모르는 채로.
시곗바늘이 째깍거리며 내일을 향해 달려갈수록, 우리 모녀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제발, 시간아 더디게 흘러가 다오. 그때마다 나는 감히 내 집 마련 같은 거창한 꿈은 꾸지도 않있다. 그저 한 달에 15만 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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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
<나는 오늘 학교를 그만둡니다> :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학교 밖 청소년 이야기
나는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머리를 묶으라면 묶었고, 자르라면 잘랐다. 잔병치레가 잦아 종종 결석은 했어도, 지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었다.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숙제는 꼬박꼬박 해갔고, 조별 과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종례 전, 청소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쓸고, 닦고, 문질렀다. 아이들은 가끔씩 그런 나를 보고 "신데렐라가 따로 없다."면서, 장난삼아 놀려댔다.
학교는 꿈을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꿈을 강요했다. 내가 잘하는 건 무엇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지 못했기에, 1년에 한 번씩 직업들을 바꿔가며 장래희망 기재란에 입력했다. 시간에 휩쓸려 살다 보니 어느덧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전문계 고등학교와 일반계 고등학교 중 어느 곳에 진학할지 결정해야 했다. 고민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건만, 자꾸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교 밖에서 길을 찾고 싶다는 불순한 욕망의 불씨가 지펴진 건 그때부터였다. 나는 학교 따위 엿이나 먹으라며 소리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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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 여성과 남성,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을 위하여 by 카라타치 하지메
<저는 왼손잡이도 AB형도 아니지만> : 여성과 남성, 그 경계에 선 사람들을 위하여 by 카라타치 하지메
나는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사회적으로 구성된 여성성과 남성성 측면에서 바라보면 '중성'에 가깝다. 20대 중반까지 파운데이션 21호, 23호가 용량을 표기한 숫자인 줄 알았다. 헤어스타일은 석 달에 한 번 숏 단발로 잘라서 관리하고 있으며 펌이나 염색은 일절 하지 않는다. 하이힐 보다 로퍼나 운동화를 더 좋아하고 스커트 보다 바지를 즐겨 입는다. 건강을 위해 몸무게 60kg을 유지할 뿐, 48kg에 대한 강박은 버린 지 오래다. 운동 종목도 필라테스나 요가는 좀체 끌리지 않고, 검은색 도복을 입고 죽도를 휘두르는 검도에 큰 매력을 느낀다.
날씨가 더워지면 몸에 살짝 달라붙는 원피스를 꺼내 입고 샌들을 맞춰 신는다. 반짝반짝 빛나는 귀걸이를 자주 착용하지만 팔찌, 반지,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는 거추장스러워서 싫다. 꽃이란 꽃은 다 좋아한다. 예쁜 공책과 메모지, 포스트잇, 캐릭터 볼펜은 충동구매로 이어질 때가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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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by 올가 크레벤니크
쥘 베른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은 한중일에 각각 어떻게 번역됐나
쥘 베른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와 『달나라 탐험』은 한중일에 각각 어떻게 번역됐나
『월세계여행』의 발견과 동아시아적 근대의 연쇄와 굴절 – 거듭된 중역과 축역의 문제
쥘 베른 원작의 『월세계여행(月世界旅行)』(博問書館, 1924)은 그간 한국에서 네 번째로 소개된 서양 과학소설로 알려져 있었다. 남북전쟁 종결 후 미국의 대포 마니아들이 모여 달 탐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내용이다. 전 세계의 방방곡곡과 땅 속, 바다 속을 탐험하는 내용의 소설을 써온 쥘 베른이 지구 밖 공간으로까지 시선(視線)을 돌리고, 동선(動線)을 확장해 본격적으로 우주를 탐험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프랑스에서 1865~9년 사이 창작 발표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번역 소개된 것은 1924년에 이르러서다. 그렇지만 이 책은 지금까지 실물이 발견되지 않아 그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실체를 확인할 수 없으니 자세한 내용이나 의미를 밝히기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1924년 박문서관에서 번역 출판된 『월세계여행』이 최근 발굴됐다.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전해오던 책의 실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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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엉 우는 법을 잊은 나에게> :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의 구명조끼 에세이
<엉엉 우는 법을 잊은 나에게> :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의 구명조끼 에세이
‘내가 보는 나’와 ‘남들이 보는 나’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 나는 대체로 무기력하고,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느라 날을 새고, 잦은 불안에 시달린다. 반면에 상대방의 뇌에 입력된 나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묘사된다. 항상 씩씩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고, 난관을 유연하게 잘 넘어가고, 칠전팔기 정신으로 될 때까지 도전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일까? 내가 늘 안간힘을 다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너무 쉽게 부러움에 가득 찬 말들을 쏟아내곤 한다. "승아 씨 같은 사람은 절대 상처 안 받겠어요." 이럴 때면 나는 뒤로 내빼지 않고 당당하게 응수한다. "선생님,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순도 100%의 사실을 내뱉었을 뿐인데, 상대방은 잠시 당황해서 머뭇거린다. 그러면 또 한 번 무례하지 않은 선에서 내 감정을 솔직하게 얘기한다. "상처를 많이 받다 보니 내성이 생겼어요.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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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북디자인은 없다 - 책으로 경계를 허물고 싶은 사람의 북디자인 이야기
모두를 위한 북디자인은 없다 - 책으로 경계를 허물고 싶은 사람의 북디자인 이야기
시각 장애인이 책을 읽는/감각하는 방법《로스트 보이스 가이》를 본격적으로 편집하면서 유정 님, 헌용 님과 일주일에 한번씩 보는 시기가 있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을 생각하다가 어떤 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유정 님이 헌용 님의 손을 잡아서 책을 만지며 그 부분에 어떤 글이 쓰여 있는지 외관이 어떤지 설명하던 생각이 났다. 그때 헌용 님이 책을 읽을 순 없어도(헌용 님은 오디오북으로 많은 책을 읽는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오디오북 독서 동아리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책의 물성이 좋다고 했는데 표지에 튀어나온 후가공(에폭시, 형압)이 있거나 재질이 독특한 종이를 썼을 때는 책이 구분도 되고 재미도 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줄 책을 고르다가 헌용 님에게는 표지에 글자들이 튀어나와 있는 《먼지의 말》을, 고래를 무진장 좋아하는 유정 님에게는 《고래의 날》을 선물하기로 했다. 시각 장애인에게 읽지도 못 하는 책을 선물하는 것이 스스로 좀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두 사람이라면 내 의도를 알...
대물림의 욕망과 사회적 업보
리더십은 위계가 아니라 네트워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