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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10/11
 약속대로 치킨을 시켜 남편과 아이들은 축구를 보고, 나는 그 길로 침대와 한 몸이 되었다. 한기가 느껴지고 열이 더 오르는 듯했다. 해열제를 먹고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 나왔더니 우리나라가 한 골을 더 넣어 2:1이 되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나오니까 한 골을 넣었다며 같이 축구를 보자고 했다. 하지만 골이 흔들려 도무지 화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다시 누워 잠이 들었다. 온갖 꿈을 꾸고 끙끙앓다 ‘열을 재 봐야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겨우 체온계를 찾아 온도를 쟀다.

40.5도! 망했다.’

불덩이 같은 몸을 일으켜 거실에서 잠든 남편을 깨웠다.

“병원 가야겠다. 열이 너무 많이 나네.”

40도가 넘었다는 말에 남편도 놀라는 눈치다. 대충 겉옷을 챙겨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새벽 3시 50분이었다. 남편은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커다랗게 메모를 남겨 식탁에 올려두었다.

“병원 갔다올께”
(여보, ‘께’가 아니라 ‘게’)


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그러고 보면 무슨 법칙이라도 있는지 항상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는 날은 주말 아니면 휴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이 더 오르려는지 몸이 덜덜 떨려 패딩점퍼를 입었다.

응급실에 도착했다. 고열에 온몸이 아픈 전형적인 코로나 증상을 지닌 환자라 바로 못 들어가고 밖에서 대기 후 신속항원검사와 독감 검사를 받아야 했다. 양쪽 콧구멍에 번갈아 사이좋게 기다란 면봉이 들어왔다. 작년 8월에 코로나에 걸린 이후 검사도 오랜만이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결과는 핸드폰으로 전송될 것이라고 복도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서늘한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정신이 어질어질 했다. 잠시 후 띠링 문자가 왔다. 코로나와 독감 모두[음성]였다.

엥? 나도 코로나라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도 독감도 아니라고 하니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그럼,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이 나는 걸까? 다른 문제가 있다는 건가?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는데 응급실 안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의사는 문진을 통해 증상을 물었다. 전신 근육통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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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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