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밀려올 수 있는 파고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1/12/07
전화를 받은 건 생일을 이틀 앞둔 오후였다. 기분 좋게 가족들과 집을 나서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건강검진을 받은 곳이었다. 결과지를 받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닐 터였다. 전화를 건 상담직원은 한국인의 화법을 정직하게 따르며 미괄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마지막에 결국 들은 말은 AFP지수라는 게 있고 그게 너무 높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간암을 나타내는 종양지표자지수라고 했다. 자세한 설명을 위해 진료 예약을 하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간이라니. 한 번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장기였다. 다가온 생일을 온전히 기쁜 마음으로 보내지 못했다. 

검색을 해봤다. 피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고 보통 암 치료를 하다 회복 정도를 알기 위해 많이 검사하는 듯했다. 간암만을 나타내지는 않고 소화기 계통의 암을 진단하는데 사용하는 지표였다. 정상수치는 8이었고 내가 받은 수치는 184였다. 분명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수치였다. 임신했을 때 수치가 높아지기도 한다는데 가능성이 없었다. 

열흘을 더 기다려 검진 결과 설명을 듣고, 스무날을 더 기다려 대학병원 담당교수를 만났다. 흉부와 복부 CT촬영을 해야한다고 했다. 다음날 촬영예약을 잡아 찍고, 그리고 오늘 그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전화를 받은 지 한 달 열흘만이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간과 관련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A,B형 간염 항체 보유자였고, 이십대는 직장생활로 술을 자주 마셨지만 지난 십 년간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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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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