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訃告), 결여된 감정들 속에서.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4/19
부고를 들었다. 내가 매정한 것일까. 흘러가는 일들 중 하나인 양, 별다른 동요 없이 받아들였다. 슬픔이나 안타까움의 감정이 먼저 들어야 할 것만 같은데, 나는 무엇인가 결여된 것은 아닐까. 며칠간 나를 지배했던 것은 단 하나,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었다.

외삼촌의 부고를 들었다. 요즘 어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다는 말씀에, 건강검진도 받으며 병원 진료를 받아보자고 어머니를 설득하던 중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처음 부고를 받은 남동생과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무너져내린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응급실 앞, 외숙모를 마주친 어머니는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주저앉으셨다. 어두운 병원, 응급실 불빛만이 유일한 광원인 듯 대조되는 그 어둠과 빛의 경계 사이에서 어머니는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셨다. 웅크린 어머니의 검은 그림자가 유독 작아 보인다. 남동생이 어머니를 들쳐 업고 차로 향한다.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먼저 가면 안 되지- 아버지보다 오래 버티다 가야 했다며, 왜 더 못 버텼냐는 어머니의 작은 절규와 같은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러 온 것이었지만, 병실로 들어설 용기를 내지 못하신다. 마지막이, 정말 마지막이 되어 버릴까 봐. 보지 못할 것 같다는 어머니를 설득하고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고 병실로 향했다. 짧지 않은 시간,  그 기다림 뒤에 다시 만난 어머니는 눈물 속에서 탈진을 하실 듯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며 고맙단 이야기를 전하셨다.



너희 아빠보다는 오래 살다 가야지.



누군가의 떠남을 예측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버티고 버티는 아버지처럼, 외삼촌도 조금 더 버티다 가시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었다. 아버지 못지않게, 외삼촌의 건강도 좋지 않으셨다. 차이점이 있다면 아버지는 여러 병들의 교집합에 뇌졸중이 찾아왔고, 외삼촌은 간이 안 좋으셨다. 아버지께 몇몇 지병들의 관리가 미숙할 때마다 찾아오는 뇌졸중에 쓰러질 듯, 버텨내신 어머니는 외삼촌의 고비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셨다.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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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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