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공감] 엄마가 여행을 떠났다
친정엄마의 옆집(정확히는 같은 빌라 다른 출입구)으로 이사를 온 건 6년 전이다. 모름지기 시댁과 친정 둘 다 먼 게 차라리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댁과 친정과 삼각형을 그리는 위치(강서)에 신혼집을 차렸었다. 남편이 혼자 그쪽에서 살고 있던 것이 더 큰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8년 후 출퇴근(둘다 직장이 강남)의 편의를 위해 송파로 이사하여 10년을 살았다. 그 사이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낳으면서는 친정엄마의 도움이 지속적으로는 아니어도 꼭 필요했다. 아이 돌보미도 쓰고,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등을 다 이용해도 그랬다. 급한 업무, 출장 등으로 하원시간을 못 맞추는 일이 꼭 생겼다. 다행히 매일은 아니더라도 친정엄마는 나의 119 역할을 해주셨다.
아이 7살이 될 때쯤 친정엄마가 옆으로 이사오길 권하셨다. 초등에 들어가면 더 내 도움이 필요해 질 수도 있는데, 이제 내가 나이가 들어 오가는 게 힘드니 옆으로 이사 오라고.
맞는 말 같아서 엄마의 도움을 기대하며 이사를 한 날, 엄마가 쓰러지셨다. 뇌경색이셨다. 이사날 쓰러지신 건 지나고 보니 다행이었다. 다른 날이었으면 절대적으로 골든 타임을 놓쳤을 거였다. 이미 엄마보다 상태가 좋지 않으신 아빠는 엄마의 이상을 우리가 집에 갈 적까지 모르고 계셨으니까. 엄마 본인도 모르고 계셨다.
2월 갑작스러운 강추위에 이삿짐을 나르기 전 나는 아이를 엄마 집에 두려고 일찍 엄마 집으로 갔었다. 9호선 라인의 완행역과 가까운 집에 그전까지 급행을 타고 가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희안하지. 이삿짐 차도 그날따라 예정시간보다 일찍왔다. 준비도 일찌감치 다 한터라 남편은 날도 추우니 아이를 데리고 먼저 친정집에 가 있으라 했다. 그렇게 그날 처음 급행을 타고 친정집에 예상보다도 훨씬 일찍 도착했다. 띵동하고 벨을 누르니 엄마가 문은 여셨는데 옆으로 기우뚱 비틀비틀하신다.
처음엔 장난을 하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