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
연구자
디지털 성범죄 피해경험자로서, 가해자 처벌과 법/제도/인식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화병과 우울증은 같은 곳에서 시작한다
인공지능, 성착취 영상에 날개를 달다
피해자가 잡은 ‘서울대 딥페이크’ 용의자, 경찰이 풀어줬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5화]
피해자가 잡은 ‘서울대 딥페이크’ 용의자, 경찰이 풀어줬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5화]
[지난 이야기] 경찰서 세 곳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성폭력 피해자 장예진(가명) 씨는 본인이 직접 범인을 추적하기로 했다. 서울대 A학과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 강력한 용의자로 구태우(가명)를 지목한 순간, B학과에도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알았다. 추적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훨씬 강력한 두 번째 용의자가 등장했다….
두 번째 용의자의 얼굴은 텔레그램 성폭력 피해자 장예진(가명) 씨에게 익숙했다.
‘너라고…. 정말 너라고?! 어떻게 이럴 수가….’
서울대학교 A학과로 입학한 후 B학과로 전과해 졸업한, 최우성(가명, 남성). 장 씨의 1년 후배다. 눈을 감아버린 장 씨 귀에 오래전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누나, 편하게 말 놓고 친하게 지내도 되죠?”
친화력 좋은 최우성은 입학 직후부터 장 씨와 유정희(가명), 주진희(가명), 강소윤(가명)을 “누나”라 부르며 잘 따랐다. 최우성은 큰 키에 이목구...
서울대 로스쿨도 딥페이크 표적… ‘용의자 2호’의 등장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4화]
서울대 로스쿨도 딥페이크 표적… ‘용의자 2호’의 등장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4화]
[지난 이야기]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자가 된 장예진(가명) 씨. 경찰에 고소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는 금방 중지됐다. 홀로 범인 추적에 나선 장 씨, 서울대 같은 학과 출신 여성들이 비슷한 피해를 겪은 걸 알았다. “범인을 잡을 수 있겠다”는 희망은 친구 구태우(가명)의 조력으로 커졌다. 드디어 범인의 꼬투리를 잡은 장씨. 놀랍게도 첫 번째 용의자는 구태우였다….
꽤 먼 길을 왔지 싶었는데, 그 자리 그대로다.
‘디지털성폭력으로 나와 친구들을 괴롭힌 놈이 구태우라니….’
범인을 찾았으니, 속 시원하지 않냐고? 천만에. 물리적 공격을 당한 것처럼 온몸이 아팠다. 장예진(가명) 씨는 캄캄해진 눈을 비비고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이폰이 천근만근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내가 알아차렸다는 걸 구태우도 눈치 챈 걸까? 왜 내 메시지를 확인 안 하지?”
메시지 미확인을 뜻하는 숫자 ‘1’은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벌써 한...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
잉여 인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니트족. 미디어에서 다루는 고립 청년의 이미지는 대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 죽이는 게임 폐인’ 내지는 ‘경제 활동을 포기한 채 방구석에서 뒹굴뒹굴하는 백수’로 재현된다. ‘고립’에 덧씌워진 자극적인 이미지만 반복해서 소비해 온 탓일까. 사람들은 고립 청년을 ‘사회 부적응자’, ‘실패자’,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일축하며 가차 없이 돌을 던진다. 하지만 세간의 편견과 달리 고립 청년 문제는 ‘경제력’이라는 기준만으로 진단하기 어렵다. 고립 상태는 은둔 개념에 한정되지 않는다. 당사자의 가정 환경, 성별, 지역, 학력, 노동 형태, 장애 유무, 질병 등 상황과 위치에 따라 처지는 천차만별이며, 고립의 시간을 견디는 나날 속에는 결코 수치화할 수 없는 감정들이 얼기설기 엮여 있다.
나는 만 30년을 살면서 굵직한 고립을 두 번 겪었다. 첫째 번 고립은 만 열여덟 살 때였다. 검정고시 합격 후 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자...
“밖에선 화장실도 참아요”…몰카 공포가 바꾼 여성들의 일상
“일베에도 돌려짐”… 그놈은 범죄를 게임처럼 즐겼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3화]
“일베에도 돌려짐”… 그놈은 범죄를 게임처럼 즐겼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3화]
[지난 이야기] 텔레그램으로 날아온 디지털성폭력 파일은 장예진(가명) 씨의 삶을 흔들었다. 일명 ‘딥페이크 음란물’. 텔레그램 비밀방의 그들은 장 씨 얼굴을 보며 자위하는 영상까지 올렸다. 경찰은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수사를 금방 접었다. 직접 가해자 추적에 나선 장 씨 앞에 줄줄이 나타난 피해 여성들. 모두 서울대 A학과 출신이었다. 장 씨의 목소리는 자기도 모르게 높아졌다. “개새×, 넌 내가 꼭 잡는다!” 하지만 일은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새로 드러난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유정희·주진희·강소윤(모두 가명). 모두 장예진(가명) 씨와 가까운 친구다. 서울대 A학과 입학 후 친하게 지냈다. 그 후로 약 10년이 흘렀다.
‘왜 하필 우리일까. 학창 시절 우리가 무심한 실수로 누군가에게 증오심이라도 심어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놈은 텔레그램으로 장 씨에게 했던 말을 주진희·구태우에게도 비슷하게 했다.
“내가 누군지 궁금...
"다양성"을 불평하는 당신에게,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사람들 (Beef) 리뷰
꼬리를 무는 딥페이크 피해자, 그들은 모두 ‘서울대’였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2화]
꼬리를 무는 딥페이크 피해자, 그들은 모두 ‘서울대’였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2화]
[지난 이야기] 그놈의 텔레그램 성폭력 메시지는 뜨거운 한낮에 도착했다. “너도 이런 거 좋아하지?” 딥페이크 음란물로 돌아온 자신의 얼굴. 그놈은 장예진(가명) 씨 사진을 보며 자위하는 영상까지 보냈다. “누나, 연구하지 마요. 어차피 나 못 잡아.” 그놈은 다 지켜본다는 듯, 장예진 씨가 고소장을 쓸 때도 메시지를 보냈다. 그놈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전화번호 교체로 스마트폰 진동은 멈췄으나, 심장의 요동은 계속됐다. 성폭력 사진을 줄줄이 본 탓에 구토가 쏟아질 듯이 속이 울렁거렸다.
‘그놈은 내 얼굴을 넣은 합성 사진을 텔레그램 이 방 저 방에 올리고 있겠지…. 그 방의 무리들은 낄낄거리며 음담패설을 나눌 테고…. 어떤 놈은 또 그 짓을 하며 영상을 찍겠지….’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후에도 디지털성폭력 피해자 장예진(가명, 30대 초반) 씨의 마음은 계속 추락했다.
‘범인은 도대체 누굴까. 왜 내가 이런 고통에 빠져야 하지…?’
가해자...
화려한 수컷, ‘세균 걱정없는 정액’ 뜻한다고?
“이번 시즌 먹잇감인가요?” 놈들이 텔레그램에서 웃었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1화]
“이번 시즌 먹잇감인가요?” 놈들이 텔레그램에서 웃었다 [범인은 서울대에 있다 1화]
아침부터 이어진 비대면 줌(Zoom) 수업은 점심 무렵에 집중력을 떨어트렸다. 노트북 왼쪽에 놓인 아이폰이 경고 사이렌처럼 요란하게 진동했다. 어젯밤 영화 예매 알리미를 구독하려 설치한 텔레그램 앱이었다.
장예진(가명, 30대 초반) 씨는 텔레그램 대화창을 열었다. 장 씨는 얼굴을 노트북 화면 쪽으로 고정한 채 두 눈동자만 왼쪽으로 내려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봤다. 도착한 메시지는 모두 동영상, 사진 파일.장 씨의 몸은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여성, 성관계 하며 짓는 어색한 미소, 윤간당하는 듯한 피해자… 이 모든 피해자의 얼굴은 장예진 본인이었다. 심장 박동수는 빨라졌으나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장 씨는 왼손 검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천천히 내렸다. 장 씨 얼굴에 겹쳐진 발기된 남성 성기, 장 씨 얼굴을 태블릿 PC에 띄워놓고 자위하는 남자…. 심장이 터질 듯해 동영상 파일은 열어보지도 않았다.
“안녕.”
대화창에서 ‘미확인 표시’가 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라고요? (1)
철이 없었죠. 죽고 싶어서 장례지도사가 되었다는 게(1)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
'죽음'이라는 '글자'가 무섭다고 하셔서 : 이른 이별회 - 청년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죽음'이라는 '글자'가 무섭다고 하셔서 : 이른 이별회 - 청년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다
2023년 12월 31일 밤 10시 경.
한 해의 마지막도 벼락치기로 어떻게 잘 보내면 2023년 한 해도 잘 보낸 셈 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최대한 긍정긍정하고 행복행복한 생각으로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화기의 진동이 저를 흔들더라구요. 이 시간에 저에게 전화할 사람이 없을텐데 두려운 마음으로 확인했더니, 제가 운영하고 있는 '생사문화공간' 겸 작은 개인 사무실의 건물 관리자였습니다.
아! 저는 장례지도사이자 죽음 워크숍, 그러니까 세상이 흔히들 말하는 웰다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개인사업자이자 1인 기업가입니다. 혼자 멋들어지게 '생사문화 크리에이터'라는 직업을 만들어 살고 있지요.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양극성장애(조울증) 환자인데요. 스스로 죽지 않기 위해 창직을 한 셈이에요. 이 이야기는 앞으로 차근차근 할게요.
여하튼, 전화기 너머 관리자의 믿을 수 없는 고성이 평온한 제 마음을 연말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
⚽새해 계획 ‘과유불급’ 아닌가요?
얼룩소에 올라타려는 안티페미니스트 남성들
중국 공산당의 막강한 상대, 페미니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는 왜 투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