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빕니다.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03
엄마 장례를 치르고 내려온 한 이틀 동안은 그저 꿈을 꾼 것 같이 먹먹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냥 피곤하기만 했다.
어제 일요일엔 성당에 가서 엄마를 위한 미사를 드리고 이제 좀 차분해 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맨 먼저 드는 생각은 후회다.
결혼 후 나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 핑계만 있으면 친정이 있는 대구로 달려가곤 했다.
시댁에선 다섯째 며느리라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적었고 친정에선 맏이에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동생 하나 달랑 있을 뿐이었으니 내 관심은 온통 친정으로 향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몸이 약한 엄마는 늘 잔병치레에 시달리셨으니 더욱 그럴만도 했다. 보고싶던 엄마를 만나면 변하지 않은 모습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곤 했다.

어느날 엄마가 문득 말씀하셨다.
 "너는 어째 남편 흉도, 시댁에 대한 불만도 한 마디도 하지 않니. 다른 친구 딸들은 그렇게 엄마한테 얘기들을 많이 한다던데..." 
엄마의 조금 서운하다는 듯한 그 말씀에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남편이나 시댁 흉을 보면 3박4일을 해도 모자랄 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단 한마디도 그런 안 좋은 얘긴 엄마한테 할 수가 없었다.
다리도 누울 자리를 보고 뻗는다 하지 않았던가. 지나치게 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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