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작숲] 단 하루만 피는 호박꽃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7/29
아침의 호박꽃과 꿀벌 ⓒ콩사탕나무

줄기의 까끌함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부드럽게 쪄진 호박잎에 바글바글 끓여 낸 강된장 한 숟갈을 얹어 야무지게 싼 뒤 체면 차리지 않고 입을 크게 벌려 와구 씹어 먹었다. 어릴 때부터 먹어온 쫀득하고 쌉싸름한 맛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고 자꾸만 생각이 나는 것을 보면 입맛은 참 복잡 미묘한 감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맛 이상의 그 시절을 함께한 사람과 추억, 공간의 온도까지 끄집어내기도 하니 말이다.  

넉넉하지 않고 먹을 것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 엄마는 밭둑에 있던 둥근 애호박을 썰어 새우젓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상에 올렸다. 국물이 거의 없이 자박한 호박 위에 고소한 깨소금을 듬뿍 올렸다. 그땐 끼니마다 지겹도록 나오는 호박이 너무나 싫었다. 반찬 투정을 할 만큼 뻔뻔하지는 못했다. 부드럽게 으깨지는 호박을 밥과 쓱쓱 비벼 얼른 내 밥그릇을 비우고 아이들 소리가 떠나지 않는 골목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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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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