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성향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콘서트 투어를 떠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은 영화다. 익숙한 서사다. 여정 속에서 서로의 간극을 채우며 마침내 두 남자의 관계가 우정으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특별해 보인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먼저, 특별한 설정이 있다. 흑인 피아니스트 설리라는 인물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이 팽배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클래식을 전공했고, 미국 백인 상류층과 교류한다(그리고 게이다). 그 안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류층 백인처럼 말하고 상응하는 품위를 유지한다(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다). 반면, 재즈로 대표되는 흑인 음악 생태계엔 무지한 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 흑인은 백인의 시중을 들거나 농장 일을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설리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그는 억압에서 풀려난 걸까, 아니면 새로운 억압의 틀 안에 갇힌 걸까? 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주목할 지점이다.
토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