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입니다, 3년째 점심을 먹지 않습니다
'날이 참 좋네요. 형님. 오늘은 점심때 공원 산책 어떠신가요?'
'당연히 좋지. 정시에 바로 나가자고! ♡'
중년 아재의 부끄러움은 저만치 밀어놓고, 하트까지 보냈다. 회사 동기이지만, 나보다 두 살 아래라 형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동료의 점심 산책 제안이었다. 이때부터 마음속에는 설렘이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보고서의 마지막 문장을 완성하는 찰나에 점심을 알리는 사내 방송이 울렸다. 책상 밑에 놓아두었던 운동화로 갈아신고, 장갑과 귀마개를 챙겨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미 1층에는 길벗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익숙한 길을 따라 천천히 발을 내디뎠다. 이때부터 우리는 수다 꽃을 피운다. 집에서 한창 사춘기 아이 때문에 속상했던 이야기, 회사에서 힘들었던 일 혹은 시답잖은 농담까지 대중없다.
그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하면 막다른 골목을 마주하고 바로 오른쪽에 놓인 계단을 내려가면 물이 흐르는 작은 하천이 보인다. 사이에 놓인 돌다리를 건너면 그제야 공원 입구에 다다른다.
날이 풀려서였을까. 공원에는 걸으며 운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좀 더 걸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