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의 나이는 몇 살일까
나는 애늙은이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의 나는 그래도 좀 어린이다웠지만, 저학년을 지나면서 나는 더 이상 어린애답지 않은 아이가 되었다. 애늙은이가 되는 건 기질의 문제도 있지만, 환경의 문제가 가장 큰 듯하다. 어리광을 부릴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보통 애늙은이가 된다.
고등학교 때 이미 나는 친구들로부터 시집가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아파도 나를 돌봐달라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눈치와 행동이 친구들보다 빨라 문제가 생기면 남들이 알기 전에 해결했다. 한 번은 친구가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모두들 당황하고 있는 동안 나는 흔들림 없이 119를 불렀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쉽게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릴 줄도 몰랐다. 눈물을 흘리는 건 내게 나약함을 드러내는 일과 동의어였다. 첫 남자 친구는 내게 말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는 법을 배운 건 그로부터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스무 살이 넘고도 내가 어른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애늙은이로 오래 살아왔지만, 실제 어른의 나이가 되는 것과 자신을 어른으로 인식하는 건 괴리가 있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키우고도 한참이 흐른 뒤였다. 그렇게 어른이 됐다고 느끼면서 나는 나이를 크게 신경 쓰며 살고 싶진 않지만, 나이에 걸맞은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얼마 전 내 글이 내 나이보다 더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