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에도 장애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2022/03/31
나는 내 삶에서 ‘역지사지’라는 말을 자주 상기하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자신의 현재 상황과 다른 조건의 상대방을 이해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는 걸리지 않을 것, 걸리더라도 감기정도겠지.’하는 것이 그런 심리에서 기인한 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걸려본 사람, 아파본 사람은 말한다. 아파보면 ‘걸려서 면역이 생기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멍청한 생각인지 알 수 있다고. 누구나 아픔은 겪어본 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저, 죄송한데 집에 환자가 있는데 아파서 꼼짝을 못하는데요. 혹시 휠체어를 잠시 빌릴 수 있을까요?
간호사는 나에게 사는 곳을 물어보고는 그러시라고 흔쾌히 빌려주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빈 휠체어를 끌고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갔다. 엄마를 휠체어에 겨우 앉히고 밖으로 나섰다.
바퀴가 있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판단은 굉장한 오판이었다. 생각보다 휠체어를 끌고 병원을 가는 길은 험난했다. 우선 경사로를 만났을 때 무게감에 앞으로 쏠려 속도를 제어하는 것이 어려웠다. 겨우 미끄러지지 않고 아파트 문을 나서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다. 보도블럭을 보면 경사가 있는 곳이 있고 그냥 네모난 턱으로 된 곳이 있다. 바퀴를 끌기 위해선 경사가 있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경사난 곳과 맞닿은 모든 곳에 차량 주차가 되어있어 비어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아파트 끝에 다다라서야 겨우 주차장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인도와 연결된 경사로 쪽에는 일정부분 주차를 못하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