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상추하고 쑥갓하고 치커리 모두 함께 싸줄게요.” 본가에서 보내온 쌈채소와 동네 가게에서 사온 삼겹살로 저녁을 먹는데, 딸아이가 자기가 싸주면 더 맛있다면서 쌈을 싸준다. 이만큼 커서도 쌈을 싸주는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전에는 그렇게 먹이려고 노력해도 조금 먹고 말거나 맛이 없다고 뱉어내던 상추나 쑥갓과 같은 채소를 잘 먹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아이가 이렇게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어릴 적 텃밭을 가꾼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여주고 흙과 친해지게 해줄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모기에 물리고 개미를 쫓으면서도 열심히 가꿨고, 그즈음부터 아이의 입맛도 변하기 시작했다.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지주를 세워주고, 자기가 키운 채소들로 밥상을 채우면서, 아이의 마음에 뭔가 알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거나 편식을 해서 고민이라는 걱정을 듣는 경우가 있다. 감기를 앓고 난 것처럼, 병에 걸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