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자를 때 남친 허락 받아야돼요?

난왜글을쓸까
난왜글을쓸까 · 돈은 없지만 마음이 풍요로운 예술가
2022/03/24
숏컷을 하는 이유 중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안심을 하기 위해서였다.
워킹 홀리데이를 가기 전, 나는 길었던 머리를
짧게 잘랐다. 혹여나 외국에서 안 좋은 일에 휘말릴까봐 무서웠던 것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만으로 범죄 예방이 될까?
처음부터 짧은머리인 채로 갔으니,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길거리에서 붙잡힌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긴머리였던 여자인 친구들은 모두 한번 이상 그런 경험이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살았던 도쿄의 번화가에는 곳곳에 성인 업소가 있었다. 굉장히 많았다. 그리고 지나가는 여자를 붙잡으며 그곳에서 일할래? 하고 묻는 남자들이 많았다. 특히나 신주쿠ㅡ가부키쵸 부근을 지날 때면 엄청 들러붙는다. 긴 머리인 친구들은 약속장소에 오는 동안 숱하게 붙잡혔다고 말했다.

그렇게 지나갈때마다 손목을 붙잡히는 것이, 별거 아닌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냥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 앞이 가로막히고, 모르는 남자에게 손목을 붙들리며, 심지어 그런 제안을 받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소해보이는 경험들이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적어도 나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면서 그런 귀찮은 일은 한번도 겪지 않았다. 머리가 짧은 다른 친구 역시 그랬다. 같은 거리를 걸어가면서 누군가는 표적이 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이런 사소한 경험들을 숱하게 하는데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마치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라도 있는 듯이, 긴머리 친구들이 말해주지 않는다면 영영 몰랐을 그런 일들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왜 머리카락이 짧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소리를 듣는다. 마치 여자인데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이다.

왜 머리카락이 짧아요?
처음엔 열심히 답을 해주었다. 오랜 친구들이야 그렇다치고, 미용사도 궁금해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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