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뿐인 ‘지금’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2/09/13
픽사베이

친정으로 모인 우리는 엄마를 모시고 바람을 쐬러 나갔다. 명절 준비로 며칠을 시달린 탓인지 훈장같은 입술 물집을 달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다. 

기독교 집안의 시댁인 언니는 안색이 볼 만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여동생도 표정이 밝다. 
이번에 코로나를 지독하게 앓으며 살이 빠진 나를 보고 엄마는 혀를 끌끌 찬다.

“ 애를 둘이나 낳은 것이 허리가 한 주먹이라 무슨 힘으로 살림을 사노?” 

예쁜 카페로 향한 네 모녀의 수다가 이어진다. 엄마는 오전에 다녀간 작은아버지 댁의 소식,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육촌 동생들의 이야기에 신이 났다. 
엄마의 넋두리가 끝나고 이제 우리 수다의 단골 손님 인 하나밖에 없는 남동생이 도마 위에 오른다.

털 끝 조차 닮고 싶지 않다 말하는 친정아빠의 성격을 crl C+V 한 그의 행동은 누나들의 안줏거리가 되기에 안성맞춤이다. 올케의 바다처럼 넓은 성격을 칭찬하며 한참을 깔깔거리니 엄마의 꾸중이 들려온다. 

“한 배에서 먼저 나온 것들이 마지막에 나온 너거 동생을 와 그리 씹어재끼노? 너거 다 똑같다! 아빠 닮아 욱 하는 성질 머리에 화가 많다 아이가?” 

카페를 나와 인생 사진관에 사진을 찍으러 갔다. 
우스꽝스러운 안경도 쓰고, 머리띠도 맞춰 찰칵 찰칵 찍어대는 사진에 어색해하던 엄마의 표정도 밝아진다. 주변 산책도 하고, 꽃 구경도 하며 저녁이 다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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