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2] 엄마, 부디 자유로우시길...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7/01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아침 6시.
잠결에 전화기를 집어드니 동생이다.  순간 잠이 확 달아나며 전화기를 켜는 손이 떨린다.
"누나, 이 시간에 전화 했으면 무슨 일인지 알겠죠. 카톡 보냈어요. 우린 여기 와 있어요"
카톡을 열어보니 장례식장 주소가 나와 있다.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뭘해야 될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알려야지...  떠오르는 생각은 그것 하나 뿐. 멀리서 포크레인 소리가 들린다. 허둥지둥 밖으로 나와 산길을 내달린다. 아차, 이 길이 아니지. 다시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린다. 치즈가 흙투성이 발로 마구 뛰어오르지만 쫓을 기력도 없다. 포크레인 운전 중에는 소음이 커 전화벨도 말도 들리지 않기에 가까이 가는 수 밖에 없다. 숨이 차고 쓰러질 것만 같다.
남편이 나를 발견하고 말소리가 들릴 지점에 도달하자 시동을 끈다. 무릎이 팍 꺾이며 풀썩 주저 앉았다.

 " 엄마... 엄마 돌아가셨대요..." 
저런, 금방 내려갈께. 그렇게 대답했던 것 같다.

다시 비틀대며 집으로 돌아 와 케리어를 꺼낸다. 뭘 넣어야하지? 머릿속이 하얀 백짓장 같다. 그래 핸드폰 충전기 가져가야지 . 어디 있지 핸드폰 충전기. 충전기 충전기... 서랍을 다 열어 봐도 없다. 왜 없지 왜 없어 .갈팡질팡하다  문득, 그렇지 예비충전기는 아예 캐리어에 넣어두기로 했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충전기는 있고. 그 다음엔 뭘 챙겨야 하지... 아무 생각이 안나고 가슴만 떨린다.
그때 밖에서 남편이 부른다. 빨리 나와. 지붕에 비닐은 씌우고 가야지. 비가 올텐데.

건물을 짓다가 지붕에서 물이 새 일단 비닐을 덮어 두었다. 전날 잠시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해 모두 걷고 말리고 있던 중이었다. 그걸 다시 덮어야 장마철 며칠 집 비운 사이 아무 탈이 없을테지. 비닐 다시 덮는 것도 예삿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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