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에 다니면 나약한 건가요?

서늘한여름밤
서늘한여름밤 인증된 계정 · 코칭심리 박사과정생
2023/01/16
서늘한여름밤
“너 진짜 많이 힘들구나. 몰랐어” 내가 정신과를 다닌다고 이야기 할 때 평범한 친구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나도 처음 정신과를 가기 전에는 정신과는 “미친” 사람들이나 다니는 곳인 줄 알았다. 내 주변에서 볼 수 없는 사람들, 사회생활을 하기 불가능한 사람들만 정신과를 다닌다고 생각했다. 나는 3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동시에 심리학 박사과정도 다니고 있으며, 프리랜서 창작자이기도 하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나 인싸로 통하는 편이다. 내가 미쳤고 나약한 사람인가? 사실 맞다. 나는 약을 먹지 않으면 감정기복을 주체할 수 없고, 쉽게 자살 사고와 자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이다. 내가 평범하게 내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어른인가? 그것도 맞다. 세상에는 정상과 비정상 그 어딘가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편견 1. 내 문제는 혼자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내 문제는 스스로 해결 해야지 심리상담을 받거나 약물에 의지하는 건 싫어요.”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교통사고가 나도 상처를 혼자 치료해야 독립적인 것일까? 당뇨가 있을 때 약물 치료를 받지 않고 관리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일까? 신체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당연히 치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신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유독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환상이 있는 거 같다. 헬스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전문가에 의존해서 건강을 관리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 장염에 걸려 약을 먹고는 ‘나는 약물에 의지해서 이 병을 극복한거야’라고 자괴하는 사람은 없다. 심리상담과 정신과 약물 치료도 마찬가지이다. 전문가를 만나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일 일상에서 병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처방 받은 약을 잊지 않고 챙겨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 연습하고, 나의 마음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는 매일의 지겹고도 성실한 노력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몫이다. 정신과를 가고 심리상담을 가는 것은 나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의 일환이다.

서늘한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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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관계에 대해 그림일기를 그리며 심리학을 공부합니다. -소속: 광운대학교 코칭심리 전공 박사과정 - 저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나에게 다정한 하루>,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외 - 경력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임상 및 상담 석사 중앙심리부검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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