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대.

연하일휘
연하일휘 · 하루하루 기록하기
2023/08/20
바다를 보고 싶었다. 차를 타고 스쳐 지나가는 푸른 빛이 아닌, 소금기가 배어든 바다내음 사이를 걸어가고 싶어졌다. 한동안 아픈 몸이 단순히 몸의 문제만이 아니란 것을 느꼈기에, 짓누르는 감정들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발걸음을 바다로 향하게 만들었다. 이미 어둠이 가라앉은 풍경은 걸음을 멈출 이유가 되지 않았다. 단 하나,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무기력함 하나 만을 노랫소리로 가라앉힌다.

한숨이 아닌 약간 가빠진 숨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 참 오랜만이다. 무더위가 이어졌다지만, 더위를 잊어버린 날들 속에서 흘러내린 땀방울도 조금 어색하다. 바다와 가까워지며 조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열이 오른 몸은 갈증을 호소한다. 텀블러에 얼음을 잔뜩 담고, 시원한 커피를 가득 담아 왔다면 좋았으련만. 아, 그 텀블러는 지금 어머니에게 있구나.

어머니의 눈물을 전해들은 날, 작은 위로라도 건네려 병원으로 향한 날. 녹아버린 얼음에 달콤한 커피의 맛이 희석될까봐, 커피를 담아 둔 텀블러를 들고 올라갔었다. 그리고 매일 어머니를 위한 커피 한 잔과 먹을 것들을 사 들고 병원으로 가, 짧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병원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대."

입원 첫날, 이미 아버지의 장기들이 다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의사의 진단을 전해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50대이지만, 몸 안은 이미 80대와 다를 바 없다며. 염증 수치를 낮추는 일 외에는 더이상 병원에서 더 나아지게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 한다. 가족들과 상의하시고, 퇴원 결정하세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눈물이 묻어났다. 생각보다....생각보다 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나봐- 나는 어머니를 보러 병원으로 올라갔다. 아버지의 병문안은 허용이 되지 않기에, 우는 어머니 만이라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전혀 예상을 못했던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많이 안 좋을 것이라고 속으로 삼킨 생각들을 의사의 입으로, 가망없음과 같은 문장으로 전해듣는 것은 다가오는 무게가 너무나도 달랐다. 지금 당장 잘못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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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잘 쓰진 못해요. 사교성이 없어 혼자 있는 편이지만 누군가와의 대화도 좋아해요.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픈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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