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런 날을, 이렇게 형식과 내용이 합일하는 이런 경이로운 일들을 나도 사랑한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가끔 햇빛 두 개를 가지고 너 하나 나 하나 하면서 함께 행복하고 싶고
해질녘, 놀이 스며드는 창가에서 헤이즐넛 향이 그윽한 커피를 마시고 싶다.
너무나 일상적인, 그래서 경이로운,
일상은 참으로 위대하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고영민
슈퍼에 가 '설레임' 아이스크림 있냐고
묻는다는 것이
망설임 있어요, 라고 잘못 말했는데
가게 주인이 아무 망설임 없이
설레임을 꺼내준다
영화관에서 단적비연수 두 장 달라는 것이
단양적성비 두 장 달라고 말했는데
단적비연수 표를 내줬다는,
형식과 내용이 합일하는 이런 경이로움을
나는 사랑한다
문득, 비 오는 바다가 보고 싶어
아침 일찍 오도리 해변에 나갔다가 돌아와
밀란 쿤데라가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는 뉴스를 본다
시간당 60mm,
비가 저렇게 오면 바다도 넘치지 않을까
이름이 '나보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