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자매의 여행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16

귀한 막내아들인 남동생과는 다섯 살의 차이가 난다. 아들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압박에 뒤늦게 낳은 영광스러운 아들자식이 바로 그다. 늘 엄마가 나이 들어 낳은 아이, 늦둥이라는 소리를 하셨는데 그때가 엄마 나이 서른네 살이었던 것을 보면 지금으로 따지면 그다지 늦지도 않은 평균적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사를 지내 줄 귀한 아들이라고 오냐오냐하며 할머니께서 끼고 살아 그런가 어린 남동생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저 우리 자매 셋이서 지지고 볶았던 기억들이 머릿속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다. 

세 살 차이가 나고 학교를 한 해 더 일찍 들어간 언니는 활자 중독이었다. 늘 뭔가를 읽고 있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던 시절, 많지 않았던 집에 있는 책들은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보았다. 동네 아이들 집에 놀러를 가도 언니는 그집의 책장으로 향했다. 언니는 지금 공단에서 산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데 얼마 전 산재 처리가 되지 않아 앙심을 품은 민원인이 휘발유를 들고 공단으로 찾아와 119와 경찰이 출동을 하고 큰일이 날 뻔했다는 간담이 서늘한 이야기를 했다. 

두 살 아래의 여동생은 어릴 때부터 까다롭고 예민했다. 늘 늦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겨우 옷을 챙겨 입고 학교를 가던 나와는 달리 일찍 일어나 씻고 머리를 묶었다.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튀어나오면  안 될 정도로 깔끔을 떨었다. 그런 성격이 그대로 남아 지금도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 종종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는 조카들은 이모의 불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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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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