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에모] 10개월...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3/01/25
10개월...
10개월 동안 이룰 수있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려고만 하면 참으로 많은 걸 할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일 수도 있고  어영부영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이란 걸 단 한 줄도 쓰지않고 몇 십년을 산 내가  단 하루도 글을 쓰지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게 된것이 어느덧 10개월이 넘었다.
10개월이란 시간은 하나의 습관이 만들어지는데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시간인 모양이다.
이제는 글을 쓰지않는 나의 일상이란 생각조차 할수 없게 되어버린 걸 보면...
글이 이제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길레 나는 왜 덫에 걸린 사람마냥 이 글쓰기란 행위에 기꺼이 잡혀 있는것일까.


어릴 때 나는 유난히 허약하게  태어났다.
걸핏하면 열에 시달려 누워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학교 다니는 것 조차 힘에 겨워 결석을 밥 먹듯 했다.
쉬는시간이면 친구들이 고무줄이니 땅따먹기 놀이를 할 때 나는 그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런 내 눈에 띈 건 교실 뒷편에 마련 된 학급문고였다.
심심해서 펼쳐 본 그 책속엔 딴 세상이 열려있었다.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들었고 더 이상 외톨이처럼 친구들 구경이나 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첫 번째로 나를 매료 시킨 책은 알프스의 소녀였다.  그 책을 시작으로 학급문고를 섭렵학고 도서관으로 진출했고  독서는 나의 유일한 취미가 되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걸 아신 부모님은 부지런히 책을 사주셨다.
한 번은 엄마가 탐정소설을 한 질 주문해 주셨는데 아버지는 탐정소설을 탐탁치 않게 여기셔서  결국 교환했던 적이 있었다.
책 내용이 궁금했던 나는 교환하는데 걸리는 며칠 사이 10권이 넘는 책을 거의 다 읽어치웠다.
탐정소설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한 번 손을 대면 멈출수가 없는 것을.  흥미진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마력이 있으니 단숨에 다 읽어 치울 수 밖에.
그 당시 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거의 대사 한 마디 빠트리지 않고 옮길 수 있는 초능력(?)을 발휘했지만  탐정소설만은 얘기해 줄 수가 없었다.  그 복잡미묘한 내용을 어찌 옮길 수가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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