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좀 앓았다. 몸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약을 지어왔다. 앓았다고 말하기에 뚜렷한 통증은 없었다. 다만 몸의 기력이 모두 바닥난 것만 같은 느낌으로 며칠을 살았다. 자꾸 졸음이 쏟아졌고, 입맛이 통 없었다. 온몸의 기운이 염증을 치료하는 데로 쏠리기라도 한 걸까. 끝 모를 듯 가라앉는 몸뚱이를 바라보며, 내게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남편이 취업을 하고 홀로 카페를 지키면서 가장 기뻤던 건, 점심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일의 특성상 문을 닫고 식사를 할 수 없으니 번갈아가며 식사를 해야 했다. 식사를 준비하고, 돌아가면서 먹고 치우는 데까지 족히 두 시간이 걸렸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귀가할 시간이 코앞이었다. 늘 시간이 부족했다. '먹는 시간을 아낄 수만 있다면'이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남편의 점심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찾아오니 뛸 듯이 기뻤다. 제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