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의 바닥을 마주하는 육아

콩사탕나무
콩사탕나무 ·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
2023/05/13
오후에 아들 반 교실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아들이 열이 나고 힘들어하니 조퇴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알겠다고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아들은 화요일에 체험학습을 다녀온 뒤 다음날부터 목이 쉬고 간간이 기침을 했습니다. 그나마 하나 있던 소아과가 없어지고 갈 만한 병원이 없었습니다. 다 비슷하니 내과에 가서 진료를 보고 받아온 약이 효과가 없었는지 증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이렇게 화창한 날, 파리한 얼굴에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 아들을 보니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습니다.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입니다.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 일단 집에 데려와 해열제를 먹이고 재웠습니다. 


아들은 정신 연령이 낮은 것인지 순수한 것인지 12살인 나이에 비해 아직 지나치게 천진난만합니다. 가끔 저래서야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갈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집에 오면 호작질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호작질은 경상도 사투리로 쓸데없는 장난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작은 화분에 돌덩이를 담아 쓰러지지 않게 만든 뒤 돋보기를 꽂아두고 태양빛을 모아 나무토막을 태운다거나, 사슴벌레 젤리를 까 땅속에 파묻어 개미들을 관찰한다던가 그런 것들을 좋아합니다. 호기심은 너무나 좋은 것이고 최대한 입을 떼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육아서에서 읽었던 글자들은 잠시 기억 저편으로 밀어두고 제발 그만 좀 하라며 소리를 지르기가 일쑤입니다. 

한 번은 하리보 곰 젤리를 접시에 담아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액체로 변한 젤리를 보고 뜨거운 접시를 만지는 바람에 화상을 입은 적도 있습니다. 놀라서 병원에 갔고 며칠 붕대를 감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저를 괴롭히던 아이가 열이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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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지만 천천히 정성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schizo12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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