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왔고 어젠 종일 흐렸고 마침내 오늘, 찬란한 햇살이 쌓인 눈 위로 쏟아지는 날이다.
오랜만에 얼굴을 내민 햇님과 미처 다 물러가지 못한 구름이 만나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날마다 마주하는 풍경이 날마다 다르다. 그래서 단조로운 환경에 싫증이 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비와 눈이 훑고 간 산 속의 공기는 혼자만 마시기엔 아깝다 싶을 만큼 맑고 투명하다. 약하게 부는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며 나무에 쌓인 눈들이 툭툭 떨어진다.
해가 높아질수록 처마 끝에서 눈 녹은 물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낙숫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봄기운이 느껴진다. 따스해서인가. 벌써 2월도 중순이 훌쩍 넘어가니 그럴만도 하지. 봄은 싫은데...
추워도 눈이 잦아도 그냥 영영 겨울에 머물 수는 없을까. 시간이 정지한 것 같은 세월이 흐르지 않는것 같은 겨울이 좋은데.
봄은 날마다 풍경이 달라져, 날마다 초록이 짙어지고 날마다 새싹이 자라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이, 새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