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과 외출을 했다가 배가 고픈데도 꾹 참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는 딱 알맞게 잘 익은 열무김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들어오자마자 손만 급하게 씻고 커다란 양푼을 꺼냈다. 보리 가득 넣은 잡곡밥에 열무김치, 얇게 채썬 오이, 새송이볶음,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고 야무지게 비볐다. 군침을 흘리며 이제 막 한 숟가락 크게 맛보려는 찰나,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 이걸 미안해서 어떡하지."
집주인 딸이 차를 타고 나가다가 우리 차를 살짝 스쳤는데 번호판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미안해하며 나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나는 이제 막 밥을 먹으려던 참이니 먹고 내려가 보겠다고, 걱정말고 들어가시라고 했다. 금방까지 탐스럽게 비벼진 열무비빔밥에 흥분의 도가니였는데 약간은 김이 새버렸다. 우리는 조금 급하게 먹고 서둘러 내려갔다.
집주인과 그의 딸은 어딜 가지도 않고 주차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