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조롱하다
"이거 다른 애들이 보지 못하게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이 오기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저를 교무실로 부르시곤, 5권 정도의 교사용 수학 문제지를 건네주셨습니다. 저는 교복 블라우스를 벗어 책을 감싸고 잰걸음으로 교실로 향했습니다. 약간은 눈시울이 붉어졌을거에요. 지금도 그 날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2학년이 시작되며 담임선생님과 여러차례 상담을 진행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편찮으신 4남매 가족. 대신 "우리 집"이 있었기에 국가나 학교에서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던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국가에서 학비나 급식비의 지원이 없었던 시기이기에, 당시의 저는 "가난"을 걱정하며 저녁 급식을 먹지 않았었네요.
담임 선생님은 저희 집안 형편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보시곤, 혹시 "돈" 문제에 급식을 먹지 않냐는 질문을 하십니다.
"저녁을 먹으면 야자시간에 졸아요. 집에 가서 엄마 퇴근하시고나서 같이 먹는게 편해요."
제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하던 말이었습니다.
1학년때 수학 여행을 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질문에는.
"다른 학교는 일본 가면서 더 저렴한데, 중국가면서 너무 비싸서 가고 싶지 않았어요."
어머니께서는 아마 제 심정을 조금은 아셨을거에요. 미안하다며 몇 번 눈물지으셨거든요. 하지만, 수학여행을 가지 않는 친구들이 한 반에 대여섯명정도 되다보니, 저는 딱히 박탈감이 들거나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가난을 신경쓰기도 하였지만, 정말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모여 놀기도 하였구요.
며칠 뒤,...
고3담임 참~~~,,,
어떻게 말을 그 따우로 하는지. 말에 베인 상처가 얼마나 아팠을까요. 그
한참 예민할 시기에 말이죠. 한 마디 말이 칼이 되기도 하고,
꽃이 되기도 하는 걸 저도 다시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