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35분.
오늘 내가 친구와 통화 한 시간이다. 그 긴 시간동안, 낮엔 여름 못지않게 덥지만 새벽엔 거의 영하에 가까웠다는 날씨 얘기며 늙은 여배우의 낯 뜨거운 이혼 얘기, 얼마 전에 끝난 인기 드라마의 뒷얘기, 거기에 등장했던 배우들 얘기며 끝도 없이 갖가지 시시콜콜한 얘기가 오고갔다.
나는 별 의미없는 대화의 시간이 너무 아까워 다른 뭐라도 하며 전화를 받으려고 노력을 한다. 하다못해 맨손체조라도 하며 스피커폰으로 얘기를 이어가기도 한다.
오늘은, 뭘 하면서 통화하는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낼까 싶어 우선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밥을 먹으며 적당히 대꾸를 하고 장단을 맞추고 설거지까지 마쳤다. 깔끔하게.
그래도 전화를 끊을 기색이 없어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통화를 계속했다.
특별히 급한 일이 없으면 그쪽에서 전화를 걸었으니 통화를 끝내자는 말도 그 쪽에서 먼저 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상식이라 웬만해선 그만 끊자는 말을 잘 하질 못한다. 아무리 흥미없고 시간이 아까...